[글마당] 봄의 전령
무거운 내 마음에도 봄을 알리는 봄의 전령이 왔다 눈부신 아침 태양이 그네에게 장밋빛 빛의 세례를 퍼붓는다 몇 년을 기다렸던가 란들이내 창가에 모여 산지가 꽤 오래인 것 같은데 미풍과 지저귀는 새소리가 없어서 그랬나 도무지 꽃을 피울 생각이 없나 꽃 모양조차도 가물가물 무저항 스럽게 희망을 안기던 도톰하고 억척스러운푸른 잎의 무언의 편지는 항상 내 곁에 있었다 크림색 꽃봉오리가 4개나 열렸다 창밖의 솜털투성이 목련 봉오리 안개비에 몸을 맡기던 겨울나무도 곧 전령을 받겠지 여름밤 달 밝은 밤잠 못이루던 밤 개구리의 합창은 방죽가의 달빛을 찢었지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 목이 쉬도록 여름밤을 즐기다 기적처럼 여명이 오면 쪽배를 갈아타느라조용해졌어 황급히 떠나는 여름밤을 붙잡을 수 없는 여린 몸들 마음이 흔들리기 전에 서둘러 나를 붙잡는다 무감각 속에 빠져드는 삶 견뎌내기 힘들었던 순간들이 무감각 상태로 혼잣말에 놀라며 창밖의 바람의 노래에 귀 기울인다 모든 생물의 순간이 과보로 남는다니 정숙자 / 시인·아스토리아글마당 전령 크림색 꽃봉오리 무감각 상태 솜털투성이 목련